토지통행권 갈등으로 인한 재물손괴
임야를 경락받은 후 마을주민들의 통행을 막고자 철조망을 설치하였는데, 마을 주민들이 넘어 다니던 중 일부가 훼손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재물손괴로 처벌할 수 없고 무죄라는 판결이 있었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16노2195). 토지통행권과 관련된 위 판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A씨는 2014년 10월 부산 금정구에 있는 임야 5135㎡를 경매를 통해 취득하였습니다. 이 임야에는 10년 동안 마을주민들이 진입로로 이용해온 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임야를 취득한 A씨는 자신의 토지를 인근 주민들이 통행료를 지불하지 않고 이용한다는 이유로 통행을 막으려고 120m가량의 철조망을 설치하였습니다,
위 철조망 설치로 인해 통행에 큰 불편을 겪게 된 주민들은 A씨를 고소하였고, A씨는 일반교통방해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토지통행권 침해로 인한 벌금형 선고 이후에도 A씨는 철조망을 철거하지 않았고, 다시 고소되어 집행유예의 판결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 후 A씨가 설치한 철조망을 넘어가려던 인근 주민 B씨는 철조망을 넘던 중 A씨의 철조망을 파손하였고 이에 대해 A씨는 재물손괴죄로 B씨를 고소하였습니다.
토지통행권에 대한 이번 사건의 1심에서는 B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과 달리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주민들의 통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철조망을 설치해 이미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철조망 제거에 관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인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따라서 "B씨가 일부러 철조망을 심하게 파손하거나 제거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논으로 가기 위해 넘어가려다 철조망 지지대가 휘어진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A씨가 받은 침해이익이 B씨의 토지통행권 회복이라는 보호이익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어서 항소심은 "B씨의 행위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 보는 것이 일반인의 건전한 법 관념에 부합한다"며"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규정에 따라 B씨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철조망 소유자인 A씨의 사익보다 인근 주민들의 통행권 회복이라는 법익을 더 보호하는 취지로 지극히 정당하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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